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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혜진 시민기자의 사소한 과학이야기 149. 카페인
심혜진 기자  |  sweetshi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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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호] 승인 2017.09.25  14: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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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커피를 좋아한다. 특히 비가 오거나 쌀쌀한 날엔 예쁜 잔에 믹스커피 한 봉 털어 넣고 따끈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 하지만 그냥 꾹 참는다. 일 년을 통틀어 커피는 겨우 한두 잔 마실까 말까 한다.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중학교 때 커피우유를 곧잘 사마셨다. 삼각형 모양의 비닐 곽에 든 커피우유가 딸기우유보다 훨씬 맛이 좋았다. 그런데 그런 날이면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피곤하지도 않았다. 대신 다음 날 하루 종일 졸음과 씨름해야했다. 그게 커피에 든 카페인 때문이란 걸 알고부터 커피우유 마시기를 꺼렸다. 카페인은 왜 잠을 못 자게 만드는 걸까.

우리 몸은 스스로 늘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애쓴다. 몸을 움직이고 정신활동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세포는 ATP라 불리는 유기화합물을 분해해, 숨 쉬고 걷고 상황을 판단하는 등,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ATP를 분해하고 나면 부산물로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지는데, 몸 안에 아데노신이 어느 정도 쌓이면 뇌의 수용체에 전달된다.

   
 
그러면 뇌는 몸이 긴장을 풀고 피로를 느끼게 해 결국 잠을 자게 만든다. 이제 쉬어야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에너지를 많이 쓸수록 아데노신도 많이 생성된다. 몸을 많이 움직이거나 정신ㆍ감정노동을 심하게 한 날 유독 피곤함을 느끼는 건 이 때문이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아데노신과 아주 비슷한 구조를 가진 물질이 있었으니, 바로 카페인이다. 오직 아데노신만 들어가야 할 공간에 카페인이 대신 들러붙어 아데노신이 뇌에 전달되는 걸 막는다. 그러니 뇌가 우리 몸 상태를 알 리가 없다. 피곤을 느끼지 않고, 잠도 오지 않는다.

카페인이 사람만 이렇게 만드는 건 아니다. 커피가 세계사에 처음 등장한 것은 에티오피아에 살던 칼디라는 양치기 소년의 염소들 덕분이다. 얌전하던 염소들이 어느 날부터 펄쩍펄쩍 뛰며 사방을 거칠게 내달리고 소리를 지르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이전의 염소로 되돌아왔다. 이상하게 여긴 소년이 염소들의 뒤를 밟았다. 염소들은 낯설게 생긴 빨간 열매와 잎을 먹은 후 또다시 날뛰었다. 소년이 그 열매를 씹어 먹어보니 신기하게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들이 씹은 것은 커피나무의 열매였다.

커피가 필요한 순간도 있다. 중요한 시험이나 꼭 해야 할 일을 앞두고 잠시 잠을 미루고 싶을 때 카페인만큼 싼 값에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게 또 있을까. 카페인은 식도를 통과한 순간부터 45분 이내에 소장에서 흡수돼 몸 전체에 퍼지고 한두 시간 안에 혈중농도 최고치에 이른다. 카페인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시간이다.

카페인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는 시간은 여섯 시간에서 열네 시간으로 사람마다 편차가 크다. 그래서 저녁에 커피를 마시고도 금세 잠이 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낮에 마신 커피 때문에 새벽까지 잠을 못 이루는 사람도 있다. 물론 커피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겐 내성이 생겨 수면에 전혀 영향이 없을 수도 있다. 나 역시 한때 꼬박꼬박 하루 한 잔씩 커피를 마셨다. 그런데 사흘째부터 속이 쓰리고 뾰족한 것이 위를 찌르는 듯 통증이 왔다. 몇 차례나 시도를 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사흘을 넘기지 못했다. 카페인은 위산을 과량 분비하게 하는 부작용이 있다는 걸 몰랐다. 나는 커피마시기를 포기했다.

얼마 전 남동생이 “아직도 커피를 못 마시느냐”고 타박했다. 일주일만 마시면 적응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미 다 겪은 바라며 위가 아파 못 마신다고 했다.

“그것까지 넘어섰어야지! 누나는 정신력이 너무 약해” 푸핫. 그런 거였구나. 딱 일주일만 버텨볼까. 곳곳에 들어선 카페에서 커피향이 풍겨올 때마다 고민한다. 다시 도전해봐? 말아?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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