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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좋은 개살구나뭇잎 사이로 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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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호] 승인 2017.06.19  14: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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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사이로는 시민기자들의 환경이야기를 격주로 싣습니다

지인이 운영하는 작은 도서관 인테리어 공사를 맡았다. 공간 이전에 따른 공사였다. 어린이 전문 도서관은 아니어서 벽과 천장을 예쁘게 꾸미는 데 공들이는 대신 꼭 필요한 부분만 손을 대기로 했다. 공간 분위기를 크게 좌우하는 바닥재 시공, 안내데스크와 검색용 테이블 등 일부 가구 제작 정도였다. 도서관에서 제일 중요한 가구인 책장은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것을 옮겨와 쓰기로 했다.

가구 몇 점을 현장에서 제작하기로 한 것은 공간이 넓지 않았고 다른 가구와 재질이 어울려야했기 때문이다. 가구재로는 무늬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포름알데히드 함량이 적은 자작나무 합판과 삼나무 집성재를 선택했다. 문제는 마감 칠이었다. 원목에 가까운 자재를 썼으므로 고유의 무늬가 돋보이게 하는 게 좋다. 긁힘과 변색을 막을 수 있게 목재 표면을 튼튼히 보호할 수 있어야한다. 그렇다면 최선의 표면마감은 투명 우레탄 칠이다.

마치 유리막을 입힌 듯 투명하고 단단한 도막을 형성하는 데는 우레탄 도료만한 게 없다. 그런데 신축 현장이 아닌 점이 마음에 걸렸다. 우레탄 칠의 가장 큰 단점은 작업 중에 시너 냄새가 아주 심하게 난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카페 공사할 때 일이 떠올랐다. 건축주의 요청으로 테이블 전부를 현장에서 만들었다. 비용이 더 들고 냄새가 나더라도 마감 칠의 완성도가 높게 나와야했다.

제일 중요한 테이블 상판 도색작업을 할 때 투명 우레탄 도료를 스프레이 건으로 뿌리는 작업을 지시했는데 페인트공의 복장이 독특했다. 좀 비약하자면 우주복에 가까운 수준으로 완전 무장한 것이다.

“젊은 분들은 답답해서 마스크도 잘 안 끼고 하시던데 반장님은 철저하시네요”

“그런 말씀 마세요. 저희 아버지도 페인트공이었는데 수 십 년 가구 칠만 하시다가 일찍 돌아가셨거든요. 저는 우레탄 칠할 때에는 늘 이렇게 해요”


우레탄이나 락카 도장작업이 냄새가 심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정도인줄은 몰랐다. 솜씨 좋던 그 젊은 페인트공은 이듬해 직업을 바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다른 시공자 얼굴도 떠올랐다. 예순을 앞둔 나이에 술을 무척 즐기던 페인트 반장님이 어느 날 내게 해준 이야기가 생각났다.

“김 차장, 토루엔(톨루엔)이라고 알아? 우레탄, 락카, 시너 주원료가 토루엔이야. 이거 냄새 오래 맡으면 기억력이 나빠진대. 치매도 빨리 온대. 이거 뿌릴 때에는 옆에 있으면 안 돼”

대부분의 유성 페인트 계열과 용제인 시너에는 1급 발암물질인 톨루엔이 주원료로 포함돼 있다. 백혈병에 걸린 삼성반도체 노동자들이 노출됐던 독성물질로 유명해진 벤젠이 이 톨루엔과 사촌쯤 되는 물질이다. 장기간 노출 시 지능장애는 물론 신경계 손상까지 입을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하다. MDF가 내뿜는 포름알데히드와 함께 새집증후군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바로 톨루엔이다.

우레탄 칠만큼 매끈하게 나오진 못해도 냄새가 안 나고 몸에 덜 해로운 수성 락카 페인트로 마감 칠을 하자고 제안했다. 다행히 제안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함께 일하는 분이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어서 역한 시너 냄새가 나지 않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가구에 오랜 시간 공들여 옻칠이나 기름칠로 색과 질감을 내던 시절은 적어도 인테리어 현장에서는 먼 과거 이야기다. 빠르고 싸고 튼튼하게 제품을 만드는 마법은 톨루엔 같은 독극물이 섞인 페인트로써만 가능하다. 최소한 몸에 직접 닿는 가구를 고를 때엔 ‘기왕이면 다홍치마’보다는 ‘빛 좋은 개살구’를 떠올리자. 보기 좋은 가구가 몸에 나쁠 경우가 아주 많으니.

/김정국 시민기자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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