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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나만큼 생각하지 않는다소금꽃 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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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8호] 승인 2017.06.14  01: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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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으로 흘린 땀이 마른 자국이 마치 꽃과 같아 소금꽃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예비)노동자들이 시민기자로 참여해 노동 현장이나 삶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입사하고 일주일 정도 됐을 때다. 협력업체 관계자에게 어떤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곧 답장을 받았다. 그 관계자는 문자로 나에게 궁금한 점을 물었다. 답을 적어서 보내면 될 일이었지만 방금 보냈던 문자내용에서 조금 무례하게 읽힐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한 나는 얼른 그러지 못했다. 사과하려고 문자메시지 화면을 다시 띄웠는데, 최대한 정중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10분 지났을까. 갑자기 그 관계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대답이 없어 답답해서 전화한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 입사 초기라 아는 게 별로 없는 데다 사과까지 해야 하니 머리가 하얘져 나보다 더 오래 일한 동료에게 전화를 넘겨버렸다. 그 관계자는 분명 내 번호로 전화했는데,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나와서 의아했을 거다. 이후 그에게 연락해 오해를 풀었고 얼떨결에 전화를 대신 받은 동료는 괜찮다고 말했지만, 그 둘에게 경우 없는 사람으로 비쳤을 거란 생각에 창피했다.

창피한 기분은 한 사흘 정도 간 것 같다. 누군가는 뭐 그리 여운이 기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것도 많이 줄어든 거다. 예전엔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필요 이상으로 신경 썼다는 소리다.

3년 전 <시사인천>에서 기자로 일한 적이 있는데 당시 나는 다른 사람들 시선을 많이 신경 썼다. 가령 취재 도중에 취재원의 낯빛이 좋지 않게 바뀌었을 때면, 겉으로는 태연한 척 하면서 ‘내가 자기 말을 한 번에 이해 못해서 그런가?’라거나 ‘내가 너무 무식하게 말을 했나?’라는 생각들로 속으로는 쩔쩔맸다. 그리곤 ‘저런 사람이 어떻게 기자를 하지?’라고 무시할까봐 두려웠다.

내가 기사로 비판한 곳의 관계자가 나를 대놓고 적대시할 때는 더 고역이었다. 합리적인 논거로 기사를 썼기에 당당하게 대응하면 될 일이었지만, 그가 나를 싫어할 거라 생각하면 얼어붙었다. 누군가에게 미움을 받는다는 것, 나를 미워하는 사람을 상대해야한다는 것을 내 머리나 마음이 어떻게 처리할 줄을 몰랐다. 시간이 갈수록 취재가 어렵고 자괴감만 커졌다. 신문사에 해만 끼치는 거 같아 그만뒀다.

퇴사한 뒤로 한 2년간 사람을 가능한 적게 상대하는 일을 찾았다. 이런 성격으론 기자는커녕 사람 대할 일이 많은 어떤 직업도 갖기 어려웠다. 사람들과 관계에서,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사람들과 다시 함께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내겐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그것은 다양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토론하고 같이 느껴야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할 힘을 쌓기 위해 여행을 하고 책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진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사람들이 남들에게 크고 또 세세하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친구에게 선물 받은 독일 심리학자 배르벨 바르데츠키의 책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의 어느 구절이 인상 깊었다. ‘장담하건대, 당신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다. 당신이 당신 자신만을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낯빛이 나쁘게 바뀌어 내가 눈치를 보게 만들었던 취재원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전날 밤 과음으로 갑자기 속이 쓰려 그런 표정을 지었을 수 있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유쾌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을 수는 없다. 그건 드라마에 나오는 착해빠진 주인공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난 그와 나의 불편한 감정을 인정하고, 취재에 필요한 부분만 얻었으면 됐다.

돌아보니 내 안은 나로 가득 차 있었다. 진정 벗어나야했던 것은 내 안을 숨 막히게 뒤덮였던 나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떠올리기 싫었던 과거의 문제들에 뒤늦은 깨달음을 대입해봤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겠다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져도 전보다는 더 낫게 행동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약 한 달 전부터 다시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을 시작했다. 협동조합 사무국에서 근무하는지라 아주 격하게 사람들을 만나야한다. 조합원 1인 1표로 사업이 운영되는 곳이어서 조합원들과 하는 회의를 밥 먹듯이 한다. 다른 업체와 사업 협력, 조합 홍보 등으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야할 일이 계속 생긴다.

여전히 사람들과 관계가 쉽진 않다. 사무국 동료나 조합원, 다른 업체 관계자가 나를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걱정하곤 한다.

그래도 이제는 아무도 나를 나만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그 깨달음으로 다른 사람을 대할 때 내 안의 나를 덜어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적어도 예전처럼 관계 맺기 자체를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드라마틱한 전개나 완전한 탈바꿈은 불가능할뿐 더러 바라지도 않는다. 다만 조금씩 내면의 여유를 늘려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강부경 시민기자

※이 글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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