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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e’ 시리즈 | EBS 지식채널e(이) 저박은정 시민기자의 아이와 함께 읽는 책 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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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호] 승인 2011.12.28  15: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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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만 있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죽여야 할 권력자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무식, 미신, 그리고 편협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사악하고 흉포한 지배자입니다”

러시아의 사상가 엠마 골드만이 한 말이다. 죽여야 한다니, 표현이 살벌하지만 무식과 미신과 편협이 벌인 전쟁이나 학살을 목격한 엠마 골드만의 입장을 생각하면 납득이 된다. 그는 폭력을 마음껏 행사할 수 있는 권력에 초점을 두지 않고 ‘무식, 미신, 편협’을 강조했다.

인도에서 우리나라로 이주한 교수 보노짓은 짙은 피부색 때문에 인종차별을 겪고 소송을 걸었다. 소송 과정에서 그는 인종차별을 “일종의 무지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최소한의 자각이 결여되어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무지가 한국의 인권상황을 후퇴시킨다고 지적했다.

엠마 골드만과 보노짓은 모두 ‘무지’를 사회를 병들게 하는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이들의 말을 달리 바꾸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꼭 알아야할 게 있다는 얘기겠다. EBS 지식채널e(이) 편집부도 사회가 건강해지기 위해 알아야 할 ‘앎’에 착목했다. 5분 남짓의 방송 프로그램 ‘지식채널 이’에서 다룬 내용들에 해설을 덧붙여 낸 여섯 권의 ‘지식 이’시리즈는 ‘앎’의 가치를 새록새록 일깨운다.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지식

   
동굴이나 우물 안에 갇혀 바깥세상을 본다면 세상을 가꾸고 바꿔보려는 꿈을 꾸기 어렵다. 세상의 다양한 면모를 알게 될 때, 꿈은 보다 선명해진다. 공정무역이라는 개념을 생각해낸 까닭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애를 써서 상품을 생산하고도 배고픔과 가난에 시달린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이 월드컵 경기에 쓸 축구공을 만드느라 종일 가죽 조각을 꿰매는 것을 안다면, 월드컵 응원전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색다른 월드컵 경기를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소고기를 얻기 위해 숲을 풀밭으로 만든 선택이 지구 환경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알게 된다면 먹거리 문화를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다.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나무를 찾아 심고, 화석 연료를 쓰지 않아도 가동 되는 학교와 병원, 놀이시설을 짓는 가비오따스. 숲을 살리는 대안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알게 된다면 상상은 구체적인 현실로 연결될 것이다. 상상을 자극하는 지식은 관습의 지배에 익숙한 어른에게도 필요하겠지만 어린이들이나 청소년에겐 실질적인 꿈의 연료가 될 수 있다.

사람과 인생에서 얻는 지혜

‘지식 이’는 사람들을 여러 각도로 조명한다. 역사적인 위인이나 유명한 인사들도 소개하지만 같은 시간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전문 산악인, 판화가, 마임이스트, 공연연출가, 생명공동체 대표, 뮤지션, 수학자, 연구원, 기업인, 엔지오(NGO) 활동가 등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다양한 만큼 각기 다른 문제와 해법이 담긴 경험도 그득하다. 다른 철학이 낳은 다양한 색채의 인생은 교과서에서 얻기 어려운 지혜를 들려준다.

사진과 그림들, 그 사이에 감성을 건드리는 길지 않은 글이 배열된 책의 편집은 여백만큼 생각의 공간을 만든다. 생각의 공간에서 예술과 과학을 연결해보고, 경제와 환경을 연결해보며, 철학과 정치, 역사와 현재를 연결하는 고리를 발견한다. 추상적인 이야기나 개념이 아니라 사람을 통해 보여주고 들려주는 구체적인 화법이 만들어 주는 생각의 고리다.

21세기에 힘이 되는 지식은 넓게 확장된 사회와 사람의 관계망을 살피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한 분야의 지식으로는 확장된 세계에서 오가는 수많은 정보를 해석하기엔 역부족이다. 달라진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겐 ‘지식 이’가 다루는 것 같은 색다른 지식이 필요하다. 책 두께에 부담을 느끼는 아이들은 이미지와 짧은 글들을 중심으로 읽고, 어른들은 해설부분까지 읽으면 좋겠다. 낱권으로 읽어도 좋고, 시리즈로 읽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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